> 안주인의 쉼터 > 생활 수다
사과광덕농원의 변주곡(농업정보화대회 스토리부문 최우수작)
작성자 :  안주인 작성일 : 2014-12-17 조회수 : 4200

 

※ 경진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농업정보화 추진과정 및 내용, 실패․성공사례, ICT 활용사례, 나만의 정보화 도입 노하우, 고객감동 사례, 농업정보화 도입 효과, 애로사항 등의 소제목과 내용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1.암울했던 시절:

“아줌마는 천국에서 사시네예.”

지나가는 길손이 농장에 들어와 물한잔을 청하며 내게 한 말.

“우리 한번 바꿔서 살아볼까예?”

아주 심퉁스런 말투로 대답했었다. 그때는...

이웃이라곤 죄다 노인네들 뿐인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농촌생활은

30대 젊은 여자의 머릿속을 황무지처럼 황량하게 만들었다.

문화생활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날마다 계속되는 거친 영농일은 사람조차 거칠게 만들었다.

조상들로부터 이루어진 과수원이 아니었기에

남편은 처음에 1000평의 땅에다 후지 유목을 심었고

과수원을 확장하는 일에만 몰두하느라 우리 부부는 다정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도무지 생활의 여유를 누릴 수 조차 없었다.

도시에서 자라고 학업을 마친 나는 시골의 자연과 친해질 줄도 몰랐다.

그래서 살길을 찾느라고 아이들 학업을 빌미로 도시로 이주하고

우리 부부는 기러기아빠, 엄마가 돼버렸다.

십수년간 도시의 생활전선에서 아이들과 살아내려고 옆을 돌볼 새도 없었는데 

그동안 꿋꿋이 농장을 지키던 남편은 조금씩 우울증과 외로움에 사람이 변해갔다.

그런 줄도 모르고 직장일로 안깐힘을 쏟던 나는

어느 날 우리 부부가 남남이 될 지경에 이른 것을 알았다.

큰애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직장에 다니다가 결혼을 했고

둘째가 취업이 안돼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자칫하면 부부의 인연이 끊어질 것 같아 2007년 5월에 도시에서의 모든 살림을 정리하고

다시 남편 곁으로 돌아왔다.

“ 너 없어도 되니까 들어오지 마라. ”

야멸찬 남편의 말을 속으로 삭히며 다시 귀농하였다.

거기에는 자연인으로 돌아간 스콧 니어링의 자서전도 한몫을 하였다.

 

 

2. 환경정리

도시에서 살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그 대금을 과수원에 다 밀어 넣고도

달마다 날아오는 대출고지서는 늘 내가슴을 철렁이게 만들었다.

안주인의 부재로 그동안 과수원은 속속들이 곪아있었던 게다.

게다가 사과를 시중 공판장에 출하해보면 맛보다는 인물을 우선으로 보기에

못생긴 광덕이는 늘 좋은 값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고객들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로

광덕이가 남부지방에서 햇살을 많이 받아 당도는 높은데

일교차가 적은 평지 과수원 사과여서 색상이 예쁘지 못함을 얘기하고

무엇보다 청정지역에서 정직하게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슴을 강조하였다.

마침 그때 개설된 여고동창까페에 판매글을 올릴 수 있어 주문된 사과는 정성껏 골라주었다.

그 후 동창까페만으로 구매자가 부족하여 타까페에도 가입하여

생활글도 올리고 부지런을 떨었더니 조금씩 고객수가 늘어났다.

2009년에 다음사이트에 블로그“heartgarden (마음정원)"이란 명칭으로 개설하여

단순히 내 마음을 위로하고 즐기려는 블로그를 만들었다.

그리고 내가 싫어 떠났던 시골살이에 정을 붙이려고

남편에게 꽃밭을 만들 땅을 좀 달랬더니

사과나무 한그루라도 더 심어 수확량을 늘리려는 생각에 아주 탐탁찮게 여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강력한 제안에 “집 마당은 네 멋대로 해라.” 라고 허락을 받았다.

때마침 지방도로 포장사업할 때 길 닦는 곳마다 큰 바윗돌들이 튕겨나왔는데

공사하는 포크레인 기사에게 부탁하여 집담장으로 쓸수 있게 돌들을 옮겨달라고 부탁했다.

지금은 자연석의 가치가 높아져서 귀한 대접을 받지만

그때만해도 안목이 없는 이가 많았으므로 그 기사는 말없이 바윗돌들을 옮겨 주었다.

그 바윗돌들로 담장과 집 주변을 꾸미고 꽃들과 나무들을 심었다.

낡은 집을 꾸밀려면 돈이 들지만

주변에 널린 돌들과 꽃나무들은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내게 즐거움을 주었다.

도시친구들과 꽃나눔도 하고 예쁘게 핀 꽃들을 사진으로 찍어 블로그나 까페에 올려 소개도 하였다.

그리고 행여나 농사용 쓰레기가 눈에 띌까봐

인부들이 버린 간식봉지며 남편이 함부로 내던진 담배꽁초까지도 열심히 주웠다.

또 생산된 사과를 깨끗이 보관하려고  

더러워진 사과상자를 거의 매일같이 조금씩 760여개나 일일이 홈들을 씻어가며 세척했는데

그러는 동안 내 손목과 어깨는 내내 몸살을 앓아야 했다.

내가 이러는 동안 남편은 관정을 박고 선별기를 새로 바꾸고

조류 퇴치기도 설치하였다.

 

 

 

 

 

 

 

 

 

 

 

 

 

3. 고객확장

처음엔 내 꽃밭에 토속적인 꽃들을 심었다.

분꽃 , 채송화, 나팔꽃, 봉숭아등등...

이 꽃들을 블로그나 까페에 올렸더니 회원들이 좋아하며 친숙하게 다가왔다.

어느 해 블로그에 분꽃과 꽃전설을 검색해서 다시 정리하여 올렸더니

남해에 계시는 중등교사인 분께서 관심을 갖고 댓글과 사과주문을 해주었다.

그 분은 시인이기도 해서 내 블로그에 간혹 시도 올려주었고

“기적의 사과”란 책도 소포로 보내주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여서 댓글엔 항상 축복기도도 잊지 않았다.

이에 나도 내가 가진 꽃중에 예쁜 열대수련도 보내드려 꽃사돈을 맺기도 했다.

이렇게 까페와 블로그를 통하여 생전 모르는 사람들과 교류를 하게되니

외딴 곳에 살아도 전혀 외롭지 않았고

친구들을 자주 만나지 못해도 늘 마음은 풍성하였다.

이럴즈음 김천농업기술센터에서 홈페이지를 개설해주어

사과광덕농원의 온라인 장터는 더욱 활성화 되었다.

주문된 사과상자 안에 안내문을 넣어 발송했더니

그 안내문에 적힌 홈페이지 주소를 보고

조금씩 젊은 세대들의 주문서도 홈페이지에 입력되었다.

그리고 홈페이지를 보고 직접 농장을 방문하는 젊은 부부도 생겼다.

나는 사과광덕농원의 사과들을 내 아이처럼 이름을 붙여 팔았는데

우리 농장에서 생산되는 모든 사과를 총칭하여 ‘광덕이’라고 부르고

대,중,소 크기에 따라 ‘대덕이’, ‘중덕이’, ‘소덕이’ 그리고 꼬맹이들을 ‘꼬덕이’라고 부르며 팔았다.

그리고 내 아이디도 ‘광덕이’로 바꾸고 블로그 명칭도 ‘사과외갓집’으로 고쳤다.

그랬더니 주문하는 고객들도 주문서에 광덕이 이름을 사용해주었고

어느 남자 고객님은 전화할 때마다 “광덕할매” 하고 애칭으로 불러준다.

2012년 겨울에는 매서운 한파가 몰아쳐서

설전 선물로 눈밭이 그득한 주소지로 최고급 사과를 발송하게 되었는데

그곳은 적설량으로 교통두절이 되어 제 날짜에 배달이 되지 못해

탑차안에서 왕대덕이가 꽁꽁 얼어 되돌아 왔었다.

가을날 푸른 하늘 아래 고운 빛깔과 자태를 뽐냈던 최고의 사과가

한입도 맛보이지 못한 채 배달사고로 얼어서 되돌아 왔을 때는

얼마나 가슴이 아리든지 그 무심한 택배직원에게 호통을 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 추운 냉기에 “ 엄마, 아빠 나 추워 죽겠어요.” 하며

어쩔 수 없이 꽁꽁 얼어갔을 광덕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쓰리다.

한번은 또  작년에 먹어 본 홍옥이 너무 맛있었다며

일착으로 무통장 입금으로 주문한 고객에게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홍옥은 나무에 달린 채로 따주어야 하므로 미리 예약을 받았는데

밀려오는 주문에 사과가 모자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때는 홈페이지로 쏟아져 들어온 주문서가 품종이 세가지인데다

무통장입금과 카드결재 두곳으로 나뉘어 있는 줄도 모르고

눈이 피로하여 사과 품종이 쉽게 구분이 되는 배송준비중인 목록만 보고 사과를 발송,

나중에 입금확인 절차를 밟지 못한 무통장 입금자들은

몽땅 배송자에서 탈락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 실수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추석 택배 마지막 날 마감 한시간 전이라

부랴부랴 달린 홍옥을 따고 우체국택배 마감시간에 쫓겨 선별도 못한 채 포장할 수 밖에 없었는데

나중에 그 분이 자유게시판에 사과광덕농원에 실망했다며 글을 올린 것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핫핫했던지!

사과의 댓글과 함께 위로 차 선물로 사과를 보냈는데도

그 글은 지워지지 않은 채 아직도 여전히 홈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내게 주는  경고처럼...

2012년산 만생종 후지 사과는 혹한 속에서도 꾸준히 팔려서

부부가 옷을 꼭꼭 싸입고 코피를 쏟아가며 매일 택배를 한 탓인지

3월 말경엔 거의 다 팔려서 4월 초에 저장고를 닫았는데

계속 광덕이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거절할 때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택배하는 일은 양반이 할 일이 못되었는데

밥을 먹다가도, TV 의 중요한 정보를 중간에서 놓치기도 하고,

심지어 화장실에서 엉덩이를 까부친 채로 주문 받기도 해야했다.

보이지 않고 사정을 모르는 고객들은 신속한 것을 좋아하니까 ...

이렇게 하여 우리 밭에서 생산되는 광덕이 10Kg 3000여상자를

전량 택배판매로  완료하게 됐을 때 참 뿌듯하였다.

 

 

 

 

 

 

 

 

 

 

 

 

4. 빚탕감.

매년 날라오던 고지서도 서서히 줄어가더니

마침내 남편의 입에서 “ 올해는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라는 말이 나왔다.

너무 흐뭇했다. 내가 농원으로 돌아온 후

여러 해동안 그 많은 빚들이 서서히 다 갚아지고

이제 무차입 경영이 이루어지다니!

온전히 우리 부부의 힘으로 사과광덕농원을 이루다니!

어쩌면 안주인의 밥심이 이렇게도 위대한지!

좋으나 싫으나 옆에서 삼시세끼 챙겨주는 안주인이 있어

과수원주는 더 열심히 과수원을 돌보았으리라.

2013년 봄에는 기쁜 마음에 즐겨찾는 까페 고객들을 사과꽃잔치에 초대하였고

그날 하루 작은음악회를 열고 자축하였다.

2014년 올해는 작년에 일찍 마감됐던 기억으로 으례껏 사과가 없는 줄 알고 주문이 줄었는데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사과 판매글을 본 어느 여인 덕분에

남은 사과 백여상자를 순식간에 판매할 수 있었다.

그리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본 친척아이가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하여 그 또한 수십상자를 팔 수 있었다.

동문 선후배와 동창 친구들도

자기 사과같이 친지까지 소개해주며 우리 광덕이를 팔아주었다.

“어떻게 네가 농사를 다 지을 생각을 했니?” 하면서...

이렇게 인터넷과 페이스북, 카톡등으로 직간접적으로

맛있는 광덕이를 알아보는 고객들이 생기니

광덕이 아빠 엄마도 덩달아 콧대가 올라갔다.

 

 

 

 

 

 

 

 

 

5. 앞으로의 이야기

이제 우리 부부는 환갑을 훨씬 넘기고

어느 새 백발을 이고 산다.

그렇지만 여전히 해야할 일도 산더미고

기계화된 농원으로 꾸밀려면 투자도 더 필요하다.

그러나

젊은 날처럼 고난을 버텼던 깡도 서서히 사라지고

인터넷을 즐기던 눈도 시력이 많이 나빠졌다.

그래서인지 소득증대나 과수원의 확장 보다는

현상태를 잘 유지하면서 자연을 누리며 즐겁고 내실있게 농원을 꾸려가고 싶다.

흙은 사람을 참 순후하게 만드는 것 같으다.

도시의 세멘트 바닥 위에서 하나라도 지지않고

내것 손해보지 않으려고 경쟁하며 깡을 부리던 사람을

넉넉한 자연의 품성으로 바뀌게 한다.

도시의 삶터에서 지친 이가 찾아오면 농원에서 건강한 땀방울을 흘리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

한마디로 이제 사과광덕농원은

힐링의 장소로 도시인의 쉼터로 꾸며가고 싶은 것이 안주인의 소망이다.

여전히 홈페이지와 까페나 블로그를 통하여 

소박하게 늙어가는 나의 일상들을 보여주며

자식처럼 보살핀 광덕이를 사람들의 건강 지킴이로 골고루 나누며

사과광덕농원을 아름다운 녹색의 장원으로 꾸며가고 싶다.

 

 

 

 

 

   향후 계획 및 발전방안

가장 자연적이고 햇살을 많이 받고 자란 맛있는 광덕이가

객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게 우리 부부는 계속 노력할 것이며

노령화로 인한 위험부담인 사다리를 대신할 작업기 구입과

좀 더 편리해진 현대식 농원으로 가꿈과 동시에

‘아이뜨락’ 처럼 아동들과 학부모들이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체험학습장으로 꾸며서 도시인의 힐링 장소로 개방할 계획이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총 :332건 / 페이지:1/34 )
No.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사과광덕농원의 변주곡(농업정보화대회 스토리부문 최.. 안주인 2014-12-17 4200
 국민체조 안주인 2011-03-11 7222
332  봄햇살 가득한 들판 안주인 2020-03-10 97
331  붕어빵 안주인 2020-02-08 170
330  친구의 설 선물  [2] 안주인 2020-02-01 219
329  2020년 설날은 안주인 2020-01-29 137
328  폐렴 주의 안주인 2019-12-24 276
327  이동식 사물함. 안주인 2019-12-16 258
326  발효식초 심화과정 이수 안주인 2019-12-15 221
325  장화 신은 여자들 / 천지경 안주인 2019-11-30 502
324  아름다운 사람들 안주인 2019-11-11 356
323  스페인 2 안주인 2019-11-03 437

1 2 3 4 5 6 7 8 9 10 > >> 34

 
 
현재접속자 :
오늘접속자 : 22
전체접속자 : 193,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