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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구멍으로 시를 읽다
작성자 :  안주인 작성일 : 2017-07-31 조회수 : 2041

 

 

똥구멍으로 詩를 읽다.

 

                                                  고 영 민

 

 

겨울산을 오르다 갑자기 똥이 마려워

베낭 속 휴지를 찾으니 없다.

휴지가 될만한 종이라곤

들고 온 신작 시집 한권이 전부

다른 계절 같으면 잎새가 지천의 휴지이련만

그런 궁여지책도 이 계절의 산은 허락칠 않는다.

할 수없이 들고 온 시집의 낱장을

무례하게도 찢는다.

무릎까지 바지를 내리고 산 중턱에 걸터앉아

그 분의 시를 정성껏 읽는다.

읽은 시를 손아귀로 천천히 구긴다.

구기고 구기고 또 구긴다.

이 낱장의 종이가 한 시인을 버리고

한권 시집을 버리고 자신이 시였음을 버리고

머물던 자신의 페이지마저 버리고

온전히 한장의 휴지일 때까지

무참히 구기고 구기고 구긴다.

펼쳐보니 나를 훑고 지나가도 아프지 않을만큼

결이 부들부들해져 있다.

한장 종이가 내 밑을 천천히 훑고 지나간다.

아! 부드럽게 읽힌다.

다시 반으로 접어 읽고

또다시 반으로 접어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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