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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신은 여자들 / 천지경
작성자 :  안주인 작성일 : 2019-11-30 조회수 : 501

북에서 만나 고객이 되어준  천지경 시인의

'장화 신은 여자들'이란 詩는 마치 사실화를 보는 듯

그대로 삶의 현장이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이 시를 처음 접하고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생한 사실 표현이

너무나 가슴에 와닿았다.

나 역시 장화 신은 여인으로 살아온지 몇십년 되기에

이 시가 더욱 친근감이 든다.

詩 속의 장화 신은 여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난 흙을 밟고 지렁이와 개구리와 딱정벌레들과

심지어 독사로 부터 내 발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두곳 다 삶터에서 억척스레 일할 수 밖에 없는

장화 신은 여인들의 모습이다.

나는 사철 내내 밭에서 햇볕에 노출된 채

일하는 여인네이고

천지경 시인은 장례식장 주방에서

팀웤으로 바쁘게 일하시는 분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삶터를 꾸밈없이 그대로 드러내 보였는데

나는 정작 떳떳해야 할 자신의 생업을

어쩔 수 없이 수줍게 드러내놓고 있다.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의 내모습이 왜 부끄러울까?

애써서 가꾼 사과를 팔기 위해서

SNS를 시작했기 때문일까?

여인이라면 예쁘고 고상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일까?

왜 자꾸 나는 예쁜 가면만 쓰고자 할까?

천지경 시인 앞에 서면

나 자신이 한없이 작고 초라하게 느껴짐은 왜일까?

☆ 장화 신은 여자들 / 천지경

새벽 5시면 출근하는 종합병원 급식소

여자들은 장화를 신는다

커다란 강철 솥이 쿵쾅대고,노란 카레물이 용암처럼 끓어

순식간에 설거지 그릇이 산더미처럼 쌓이는 곳,

발에 물을 적게 묻히려면 장화가 필수품인 그 곳에

집에서 살림만 살던 여자 한 명이 입소했다 

설거지 코너에서 하루를 견딘 여자는

화장실에 앞치마와 장화를 벗어놓고 사라졌다

장화를 신는 무서운 곳에서 일을 못하겠다 했단다

25년을 장화 신고 일한 큰언니가

식판을 닦아 던지면서 하는 한마디

"씨발년, 그라모 집구석에서 가랑이나 벌리고 누웠지

머하러 와서 염장을 지르고 가노"

숫돌에 벼르던 칼날을 손가락에 대어보는 둘째 언니

광기 두른 칼이 얌전히 칼집 소독기로 들어간다

이내 코를 고는 칼들이 쉭쉭 숨소리를 내뿜는다

노름꾼 주정뱅이 남편과 살면서

자식 일곱 키운 여자

퍼들퍼들 살아 있는 엄마 욕이 듣고 싶다 

오전 10시,

전쟁하러 가자는큰언니 호령에

잠시 눕힌 땀벌창 몸 일으켜 세워

터벅터벅 몰고 가는 장화 신은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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